1902년 일본 관보 속 ‘침몰 좌표’ 공개…기존 추정지와는 다소 차이
사고 당시 남서쪽 썰물 물길 거세, “침몰 중 해류 타고 남하했을 수도”
홍승표(가운데)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이사가 30일 충남 서천 동백정교회에서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가 탄 배가 침몰했다고 1902년 일본 정부가 밝힌 좌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02년 6월 11일 밤 11시쯤 서해 어청도 앞 바다에서 사고로 순직한 헨리 아펜젤러(1858~1902) 선교사가 타고 있던 ‘구마가와마루(球摩川丸)’의 침몰 위치에 대한 새로운 좌표가 공개되면서 그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이 같은 내용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연구소·이사장 이덕주)가 30일 충남 서천 동백정교회(남광현 목사)에서 연 ‘아펜젤러 조난 순직 추정지 답사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아펜젤러 조난 사건의 진상과 의미’를 주제로 발제한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는 “기존에 알려진 좌표와는 다른 새로운 좌표를 일본에서 찾았다”면서 “이는 사고 직후 일본 관보에 실린 내용”이라고 밝혔다. 관보는 당시 일본 정부가 각종 사건과 행정 조치 내용을 담은 공식 기록물이다.새롭게 공개된 좌표는 ‘북위 36도 9분 30초, 동경 125도 55분’으로 1902년 7월 3일자 일본 관보 제5698호에 실렸다. 이 내용은 1902년 7월 5일자 ‘해상통보’에도 실렸다. 해상통보는 일본 당국이 침몰 사고 위치와 항로 위험 정보를 선박들에 알리기 위해 공식 발령한 수로 고시다.
일본 해상통보 1902년 7월 5일자 실린 침몰 좌표. 홍승표 이사 제공 당초 어청도 일대 주민 사이에서 큰 배가 해저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북위 36도 05분, 동경 125도 49분은 새 좌표에서 남쪽으로 12㎞ 정도 떨어져 있다.하지만 여전히 확인해야 할 사실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1902년 일본 정부가 공식 발표했던 좌표 근처에는 현재 침몰선으로 추청되는 인공 구조물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최초로 어청도 앞 바다의 침몰선에 대해 기독교 역사학계에 제보했던 나성균 동백정교회 권사는 이날 “새로운 좌표 일대를 직접 가 살펴봤지만 해저에서 인공구조물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사고 직후 침몰한 배가 강한 물살에 남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사고가 났던 1902년 6월 11일 밤 11시 무렵 어청도 앞바다는 낙조류가 흐르며 바닷물이 대체로 남서쪽으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력을 잃은 선체와 표류물 역시 이 조류의 영향을 받아 남서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검토해 봐야 하는 이유다.
1902년 일본 관보 등에 실린 구마가와마루 침몰 위치를 표시한 구글지도. 구글지도 캡처
아펜젤러 선교사는 사고 당일 목포에서 열리는 성서번역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제물포항에서 오사카상선 소속 구마가와마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군산 어청도 해상에서 마주 오던 같은 회사 ‘기소가와마루(木曾川丸)’와 충돌했다
사고 직후 선박이 빠르게 침몰하하자 아펜젤러 선교사는 동행했던 한국인 조사(조한규)와 어린 학생을 구하려다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44세를 일기로 배와 함께 수장됐다. 현재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그의 가묘가 있다. 이 사고로 아펜젤러를 포함한 승객과 선원 등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동안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를 중심으로 아펜젤러 선교를 기념해 왔다. 기감 총회는 동백정교회에 ‘아펜젤러 선교사 순직 기념관’을 세웠으며 최근에는 어청도 서북쪽 능선에 ‘아펜젤러 순직기념 표지석’도 세우고 아펜젤러 선교사를 기념하고 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이덕주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관계자들은 31일 새롭게 공개된 좌표와 해저에 침몰선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존 좌표 등을 찾아 선상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서천=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9000007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