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 서남서방 7.7해리·수심 45m 지점서 대형 선박 잔해 포착
31일 현장 기도회, “다이버 투입 후 직접 확인 위해 교회 관심 필요“
오사카쇼센의 6대 강철 화물·여객선 중 하나인 ‘치쿠고카와마루’ 모습.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가 타고 있던 구마가와마루와 유사한 외관을 갖고 있다. 유튜브 캡처 1885년 우리나라 첫 선교사 중 한 명인 헨리 아펜젤러(1858~1902)의 마지막 순간을 품은 채 서해 깊은 곳에 가라앉았던 선박 잔해 추정체가 발견되면서 백여 년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순직 경위 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아펜젤러 선교사는 1902년 6월 11일 밤 목포에서 열리는 성서번역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 제물포항에서 오사카쇼센(오사카 상선)의 ‘구마가와 마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군산 어청도 해상에서 마주 오던 같은 회사 ‘기소가와 마루’와 충돌했다.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 당시 짙은 안개 속에서 선박이 급격히 침몰하기 시작하자 아펜젤러 선교사는 동행했던 한국인 조사(조한규)와 어린 학생을 구하려다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44세를 일기로 배와 함께 수장됐다. 현재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그의 가묘가 있다. 이 사고로 아펜젤러를 포함한 승객과 선원 등 28명이 목숨을 잃었다.120여 년간 서해 심해에 묻혀 있던 구마가와 마루의 행방은 최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어청도 근해 해저에 선박이 가라앉아 있다는 현지 어민들의 전언과 관련 자료가 확보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어민들이 지목하는 곳은 북위 36도 05분 00초, 동경 125도 49분 00초로 어청도에서 서남서쪽으로 7.7해리(약 15㎞) 가량 떨어진 해역이다. 어청도는 군산항에서 70㎞쯤 떨어져 있다.
나성균 동백정교회 권사가 국민일보에 제보한 위치로 어청도에서 7.7해리(15㎞) 떨어진 곳이다. 구글지도 캡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김정석 목사)는 충남 서천군 동백정교회(남광현 목사)에 ‘아펜젤러 선교사 순직 기념관’을 세웠다. 최근에는 어청도 서북쪽 능선에 ‘아펜젤러 순직기념 표지석’도 세우고 아펜젤러 선교사를 기념하고 있다.
구마가와 마루로 추정되는 해저 물체의 위치를 제보한 나성균 동백정교회 권사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수심 45m 지점에 꽤 큰 배가 있다는 걸 어군탐지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곳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어청도 해역에서 흔치 않은 낚시 포인트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해저에 인공구조물이 있으면 수심이 깊고 물살이 세도 어군이 형성된다”면서 “배의 실체를 특정하려면 다이버를 투입해 봐야 하지만 주민들 기억상 어청도 근해에 이런 대형 선박이 침몰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에 대한 기독교 역사학계의 관심은 상당히 크다.
이덕주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은 “감리교의 첫 선교사였고 배재학당과 정동제일교회의 설립하며 활약했던 아펜젤러 선교사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초기 감리교 선교가 위축됐던 면이 있다”면서 “이번 발견을 계기로 아펜젤러 선교사가 이 땅에 남긴 복음의 밀알을 더욱 깊이 연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좌표에 실제 구마가와마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고 당시 신문 기사 등에는 ‘어청도 서북방 2~3해리’라는 내용이 남아있다. 현재 특정된 좌표 사이에는 15㎞ 안팎의 거리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칠흑 같은 밤안개 속에서 육안 관측 없이 추측항법에만 의존했던 1902년 당시의 항해 환경과 서해의 강한 조류를 고려할 때 충분히 설명 가능한 격차로 풀이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제에 아펜젤러 선교사의 최후를 둘러싼 여러 정황에 대한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이 이사장,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 등은 오는 31일 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에서 선상 기도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 이사는 “이번 방문에서 특수 다이버가 해저에 있는 물체를 직접 확인하는 등 아펜젤러 선교사의 최후에 대한 보다 진일보한 접근이 있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 일에 교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9000003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