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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기독일보> “교회가 교회로 존재하는 것… 국가와 맺는 최고의 관계”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해방 80주년, 한국 개신교와 국가 관계’ 주제 학술 심포지엄 개최2025-11-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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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3 07:22 AM

“교회가 교회로 존재하는 것… 국가와 맺는 최고의 관계”

    한국기독교역사학회, ‘해방 80주년, 한국 개신교와 국가 관계’ 주제 학술 심포지엄 개최

By 장지동
한국기독교역학회 2025 학술 심포지엄 개최
한국기독교역학회 2025 학술 심포지엄 진행 사진. ©장지동 기자

한국기독교역사학회(회장 정병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에서 ‘해방 80주년, 한국 개신교와 국가 관계’라는 주제로 2025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홍승표 목사(아펜젤러인우교회 담임)가 ‘해방 이전 한국교회와 국가관계’ △강인철 박사(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전 한신대 교수)가 ‘해방 후 한국교회와 국가관계 1945-1979: 최근 극우화의 뿌리 탐색을 겸하여’ △배덕만 박사(기독교연구원느헤미야 원장)가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와 국가관계’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합리적·효율적인 교회-국가 인식 틀 마련돼야

한국기독교역학회 2025 학술 심포지엄 개최
홍승표 목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홍승표 목사는 한국 현대교회의 정치화와 정교유착 문제를 두고 “단순한 이념적 분열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고질적 구조의 결과”라며 “한국 현대교회와 국가권력의 정교유착, 종교의 정치화, 정치의 종교화 현상은 이미 뿌리 깊은 역사적 DNA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홍 목사는 이러한 현상의 기원을 해방 이전, 일제강점기의 파시즘에 대한 굴종과 협력의 역사에서 찾았다. 그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진 극단적 전환의 시기 속에서 한국교회는 충분한 성찰과 성숙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며 “그때그때의 정치적 상황과 생존의 논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이 누적되어 오늘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졌다”고 했다.

또한 “한국 개신교 내에서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엄정하고 합의된 범례가 제시되지 못한 점도 문제”라며 “당시 교회는 국가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절망적인 굴종을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희망적인 저항의 모습도 존재했다. 이러한 난맥상을 충분히 연구하고 토론하지 못한 결과, 오늘날 왜곡된 정교관계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목사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먼저, 한국 근현대 사회에 적합한 국가 인식의 기본 틀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며 “해방 이전의 교회와 국가 관계는 구한말의 전근대적 체제, 대한제국의 전환기,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식민체제라는 상이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됐다. 이 역동성과 독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교회-국가 인식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근현대 교회사에 적합한 교회-국가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우선 교회와 국가를 형성하는 주체들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며 “각 시기별로 교회와 국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 주체들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들 사이의 제휴·충돌·협력·갈등·굴종·저항 등 다양한 유형을 정밀하게 분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교회-국가 인식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심층적 논의가 심화되어야 한다”면서 감리교 신학자 정경옥의 견해를 인용하며 “정교분리론은 단순한 분리의 개념이 아니라, 평화주의에 입각한 비폭력·무저항의 정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은 일제강점기 한국교회가 식민권력에 맞서 보였던 예언적 몸짓의 또 다른 표현이자, 오늘날 한국교회에 주는 귀중한 교훈”이라고 전했다.

◇ 한국교회, 역사 속 성찰로 새 길 모색해야

한국기독교역학회 2025 학술 심포지엄 개최
강인철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강인철 박사는 “교회-국가 관계에 대한 전통적 접근의 유용함을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민주주의·폭력·전쟁·군사주의라는 관점을 통해 한국 교회사를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비판적 교회사’라고 정의하며 “교회가 걸어온 길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시점”이라고 했다.

강 박사는 “새로운 연구의 출발점은 ‘성찰성의 시공간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성찰성의 시공간은 기존 질서와 일상성이 근저부터 흔들리는 단절의 순간”이라면서 “일상성은 종종 성찰을 억누르고 무디게 만들지만, 이러한 단절의 시공간은 오히려 성찰을 살아 있게 하고 재생과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단절과 초월 속에서 고백과 반성, 심판과 처벌, 그리고 죄과를 셈하는 청산의 시간이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찰의 시간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향한 창조적 변혁의 시간”이라고 했다.

또한 “성찰의 시간은 신학적으로 ‘카이로스적 시간’에 가깝다. 분노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질서에 대한 갈망이 동시에 분출하는 순간, 파국적이고 종말적인 긴장 속에서 역사의 변곡점이 형성된다”며 “이러한 성찰의 시공간이야말로 극우로의 관성을 억제하고, 왜곡된 흐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찰의 주체는 기존 체제에 저항해온 세력, 체제로부터 고통과 불이익을 겪은 희생자들, 혹은 최소한 비판적 중립을 유지해온 이들 가운데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성찰의 시공간은 기성 질서와 기득권 세력, 그리고 성찰 주체들 간의 치열한 쟁투가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끝으로 강 박사는 “이 같은 ‘교회사 새로 쓰기’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은 불편하고 갈등적인 과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이유로는 종교 내의 온정주의, 연고주의, 그리고 진영 논리를 꼽았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조상이나 교계 원로에 대한 비판을 꺼리는 온정주의,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연고주의, 그리고 같은 편의 허물을 감싸는 진영 논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했다.

◇ 교회, 인류의 보편적 가치 ‘샬롬’ 실현하는 데 힘써야

배덕만 박사는 “한국 개신교는 조선이 몰락하던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으며, 해방 이후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특혜적 후원 아래 남한의 주류 종교로 급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유신체제 아래에서 한국교회는 정부를 맹목적으로 지지한 보수진영과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진보진영으로 나뉘었지만, 국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놀라운 양적 성장을 이뤘다”며 “그러나 그 결과, 한국교회는 사회의 중심과 정상에 오르며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습득한 특권의식과 물질적 성공이 장차 교회를 안팎에서 뒤흔드는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정교분리 정책 자체가 다종교 사회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며 “정권, 특히 대통령의 종교적 성향에 따라 종교정책과 종교 간 관계가 급변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회는 예외적인 특혜를 누리며 준(準)국교적인 지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특권은 교회가 민주사회에서 정교분리를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법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고수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과 지위가 여전히 막강한 만큼,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힘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며 “교회가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이나 정치권력 획득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하는 대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샬롬’을 실현하는 데 써야 한다. 또한, 겸손한 섬김과 사랑을 통해 교회가 다시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배 박사는 “기독교는 무력을 통해 지상에 기독교 왕국을 세우는 종교가 아니다. 말씀과 성령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종교이며, 십자가는 전쟁의 부적이 아니라 희생적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라며 “복음은 하나님께서 타락한 세상을 배제나 혐오, 폭력으로 심판하는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 섬김과 화해로 구원하셨다는 복된 소식”이라고 했다.

또한 “교회는 특정 교리나 교단에 동의한 사람들만의 폐쇄적 결사체가 아니라, 유대인이나 헬라인, 종이나 자유인, 남자나 여자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 되는 열린 신앙공동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배 박사는 “교회가 교회로 존재하는 것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존재하는 최고의 방법이며, 국가와 맺는 최고의 관계”라고 전했다.

한편, 심포지엄은 한규무 교수(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광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 순서로 마무리됐다.

한국기독교역학회 2025 학술 심포지엄 개최
(왼쪽부터) 정병준 회장, 홍승표 목사, 안교성 관장 ©장지동 기자



 [출처] 기독교 일간지 신문 기독일보 https://www.christiandaily.co.kr/news/152922#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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